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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코로나19 전염병과 교회의 본질
작성자 관리자(jjhjjh) 등록일자 2020-06-09 오후 4:10:47
조회 1356

코로나19 전염병과 교회의 본질

지난 5월, 두 차례에 걸쳐 코로나19 전염병 후의 교회의 모습이 어떠할지에 대해 언론에 의견을 표명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아직 전염병이 진행 중이기에 한국 교회가 포스트코로나를 얘기하기에는 좀 이른 감이 있다고 생각되어, 코로나 이후의 교회의 모습을 말하기보다는 이 전염병의 한가운데서도 ‘교회됨’을 유지하게 만드는 그 어떤 것을 좀 더 면밀히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사실 이번 코로나 전염병은 한 세기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세기적 현상들을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케 하였습니다. 그중에 종교영역에서의 중대한 경험 중 하나가 정상적인 종교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한국개신교회는 교회마다 편차는 있지만 75~80%의 개신교 성도들이 온라인 실황이나 녹화로 예배를 드리는 초유의 사건을 경험했습니다. 우리 새문안교회도 불안해하는 사회의 이목과 교우들의 안전을 위해 지난 133년 역사에서 전쟁의 와중에도 계속되었던 현장예배를 온라인 영상예배로 전환하여 드리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상 13층, 지하 6층으로 아름답게 지은 예배당 건물은 큰 의미를 가질 수 없었습니다. 교회가 그동안 해왔던 다양한 사역과 봉사 그리고 성도의 교제는 사회구제를 제외하고는 전혀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온라인을 통해 할 수 있는 성경공부과정 몇 개를 제외하고는 구역예배를 비롯한 소그룹 사역이나 외부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은 시행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습니다. 목회자는 성도들의 얼굴도 보지 못하면서 예배를 인도하고 설교를 했습니다. 도대체 저 영상 너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 무척 힘든 시간이었고, 불확실하고 불분명한 이 전대미문의 상황이 교회와 성도들을 어디로 이끌어가게 될지 몰라 답답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교회가 경험한 상실감과 무력감은 컸습니다. 다양한 교제그룹과 소그룹 사역 공동체를 통해 교회 사역을 활성화시켜 나갔던 교회들은 이 코로나 와중에서 더욱 큰 무력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렇게 두 달 반 이상이 지나고 교회가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비록 전염병이 있기 전의 반도 출석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어쨌든 성도는 교회로 다시 모이게 되었고 현장예배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금까지 네 차례에 걸쳐 진행된 현장예배에 모인 성도들은 코로나로 인해 흩어지기 전보다 더욱 진지하고, 더욱 예배에 집중하고 있음을 봅니다. 혹여 “이들은 여전히 영상으로 예배드리는 분들보다 예배를 더 사모하는 사람들이기에 그럴 것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이 코로나가 ‘교회를 진정 교회되게 만드는 그 무엇 또는 그 어떤 분’을 잃어버리게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경험하는 예배의 실상이 맞다면, 이는 우리가 소위 본질이라고 일컫는 것을 이 코로나가 놓치게 하거나 상실하게 할 수 없으며, 그 어떤 악조건도 교회를 통해 이루려고 하시는 하나님의 구원 사역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없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오히려 이 코로나 전염병은 그리스도인에게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당연히 누려왔는데 그것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잊어왔던 것들을 환기시키면서 많은 성도들을 성찰의 시간으로 이끌어 갔음을 봅니다.

이번 코로나는 그동안 교회의 본질을 추구하는 것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한체, 목회적 기교나 테크닉, 혹은 여러 문화사역적 프로그램으로 이 본질추구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 했던 교회에는 많은 어려움을 주었을 것입니다. 전염병으로 인한 비대면적 상황이 이런 사역을 무력화시켰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교회를 진정 교회되게 만드는 본질에 뿌리를 깊이 내리려 노력한 공동체는 큰 영성적 타격을 입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사람과의 거리두기와 하나님과 가까이 하기를 통해 더욱 단단해졌을 것입니다.

교회를 교회되게 하는 본질이 무엇일까요? 본질이 그것 없이는 물체나 생명이 자기로서 존재할 수 없는 “그 무엇”을 말한다면, 진정 교회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다른 어떤 것도 아닌 ‘삼위(三位) 하나님 자신’입니다. 교회의 본질은 건물도 아니요, 프로그램도 아니요, 성도의 교제(koinonia)도 아니요, 선교를 비롯한 다양한 사역이 아닙니다. 교회의 기초요, 토대요, 중핵은 교회의 설립자이시고 주인이 되시며 궁극적 목적이 되시는 하나님이십니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자기 백성을 모으시고 그 백성을 이끌어 가시며 형제자매로 연합하게 하시는 하나님 자신입니다. 그리고 그 분 자신을 계시하며 알아가고 배워가게 하는 하나님 말씀입니다. 개혁 교회가 초대 교회와 종교개혁전통을 소중히 하는 이유는 그 당시의 보이는 교회(visible church)가 흠이 없는 이상적 공동체였기 때문이 아니라 바로 이 두 시기가 교회의 본질이요, 주인이신 하나님 자신을 가장 집요하게 추구하며 드러내려 몸부림쳤던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코로나에도 이 근본 되신 하나님을 예배하고 하나님의 말씀이 역동적으로 선포되며 하나님이 각 심령에 치고 들어오시는 통로인 예배가 살아있는 공동체에서는 그것이 영상이든 현장이든 간에 여전히 성도의 가슴에 은혜의 역사가 일어나며 올바른 신앙의 삶을 영위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라가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면에서 이번 코로나는 교회가 진정 어떤 영성적 기초 위에 세워져야 하는지 명료하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교회는 하나님 자신과 그 분의 나라를 드러내는 공동체입니다. 교회를 ‘하나님의 백성공동체’로 정의한다면 당연한 것입니다. 성도의 영성은 다른 어떤 것이 아닌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요, 이 하나님 사랑의 기반 위에서 이웃을 사랑하는 것으로 향해야 합니다(마 22:37~39). 소그룹 사역, 셀 사역, 양육과 훈련 등 교회의 교제와 훈련 프로그램이나 봉사 자체는 하나님의 구원경륜을 드러내는 도구(tool)로 겸손히 자리매김하여야 합니다.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습니다.

아직 코로나 전염병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이 전염병 이후에 올 세상, 특히 교회의 미래에 대해 두려워합니다. 그러나 아직 오지 않은 세상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2천년 동안 그리스도교는 이 세계가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 인터넷정보사회 그리고 4차 산업사회로 진화해 가는 가운데서도 여전히 생존할 뿐만 아니라 계속 전진해 왔습니다. 교회의 주인이자 교회를 교회되게 하시는 하나님 자신에 초점을 맞추었을 때에 교회는 놀라운 변모를 하면서 자신을 변화된 세상에 창조적으로 적응시키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이 코로나 와중에도 그 이후에도 이 전진은 계속될 것입니다. 본질이신 하나님 자신과 그 분의 나라에 집중하는 사람들을 통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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