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문안 교회 표어
모이기를 힘써, 생명이 충만한 교회가 되게 하소서! (행 2:46-47)

담임목사

HOME 담임목사 새문안강단
  • 담임목사 소개
  • 설교
  • 성경묵상ㆍ강해설교
  • 특별설교
  • 새문안강단

새문안강단

제목 본질에 충실한 교회가 코로나 시대를 이기게 한다
작성자 관리자(jjhjjh) 등록일자 2021-09-05 오전 10:25:01
조회 1095

코로나 시대의 목회 방향에 대한 성찰 (2)1)
본질에 충실한 교회가 코로나 시대를 이기게 한다

코로나19는 한국 교회에 중요한 화두를 던져 주었다. “교회를 진정 교회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이것은 교회의 본질에 대한 물음이다. 본질은 정체성과는 약간 의미가 다르다. 보통 정체성이라 하면, 그것 없이는 존재의 고유한 가치를 나타내지 못하며, 그것이 있고 나서야 비로소 다른 존재와 차별성을 갖게 만들어 주는 것을 말한다. 본질은 일종의 근본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교회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근원적 힘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생명과 안전’이 초유의 관심사가 되어 대면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교회됨’을 유지하며 교회의 삶을 이어가게 만드는 ‘그무엇’은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이 요구된다.

교회의 본질은 교회의 주인이신 성삼위일체(聖三位一體) 하나님 자신이다
여기서 필자는 작년 2020년 초 코로나로 교회의 대면예배가 불가능해지고, 전면 비대면예배로 전환된 후의 3개월의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이 3개월의 초유의 경험은 교회의 교회됨이 진정 무엇이었는지를 전형적으로 보여주었기때문이다.
예배당에서의 예배를 생명처럼 여겨온 한국 개신교회가 전쟁상태도 아닌데 모이지를 못하고 실황이나 녹화로 온라인예배를 드리는 초유의 상황이 지난 2020년 3월에서 5월까지 이어졌다. 필자가 섬기는 새문안교회도 134년 역사상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지속된 예배가 전면 금지되고, 비대면으로 성도들 각자가 집에서 예배를 드려야 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그것은 분명히 새문안교회로서는 위기적 사태였다. 예배를 사랑하는 성도들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필자와 당회는 단호하게 결정을 내렸다. 새문안교회는 한국 교회의 모교회로서 이런 때일수록 교우들의 안전과, 집회모임을 바라보며 불안해하는 사회를 위한 책임과 배려를 위해서라도 비대면 영상예배로 전환하는 자기희생적 선택을 선도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지상 13층, 지하 6층, 건평9,700평의 새로 지은 예배당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동안 해왔던 소그룹 모임, 교제, 봉사및 다양한 사역들은 무력화되었다. 몇몇 사회구제와 온라인으로 진행된 성경공부 강좌 몇 개를 제외하고는 교회의 기능이 거의 멈춰졌다. 다들그랬겠지만 목회자와 교회가 경험한 상실감과 무력감은 엄청났다. (다양한 교제그룹과 소그룹 사역공동체를 통해 교회를 동력화시켜 나갔던 교회들은 더욱 그랬을 것이다.) 목회자는 성도들의 얼굴도 보지 못하면서 예배를 인도하고 설교를 했다. 도대체 저 영상 너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 무척 힘든 시간이었다. 이 불확실한 전대미문의 상황이 교회와 성도들을 어디로 이끌어가게 될지 몰라 답답하였다. 
그렇게 두 달 반 이상이 지나고 교회가 2020년 5월 초에 다시 문을 열었다. 비록 전염병이 있기 전의 1/3도 모이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교우들은 다시 모이게 되었고, 현장예배는 시작되었다. 그런데 그렇게 현장예배에 모인 성도들의 태도와 눈빛은 비대면으로 전환하기 이전과 달랐다. 놀랍게도 코로나로 인해 흩어지기 전보다 더욱 진지하고 신실하게 예배에 집중하고 있었다! ‘여전히 영상으로 예배드리는 성도들보다 예배를 사모하는 사람들이기에 그럴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으나 목회자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하나님의 백성은 여전히 이 코로나 속에서 살아 있었던 것이다!
이 코로나가 ‘교회됨’을 유지하게 만드는 본질, 즉 근원적 힘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알게해 준 것이다. 교회를 교회되게 하는 본질이 무엇일까? 우리가 본질을 한 생명체나 물체를 그것 자체로 존재하게 해주는 ‘그 무엇’이라 한다면 교회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것은 다른 어떤것이 아닌 ‘삼위일체(三位一體) 하나님 자신’이다. 교회는 흔히 하나님의 백성, 그리스도의 몸, 성령의 전이라 한다. 이것은 교회의 본질이 아니라 교회의 정의이다. 어떤 교리학자는 교회의 본질을 단일성(oneness), 거룩성(holiness), 보편성(catholicity), 사도성(apostolicity)이라 한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이는 교회의 정체성 혹은 독특성을 일컫는 표현이지, 교회됨을 유지하고 충만하게 하는 본질은 아니다.
교회의 본질은 하나님 자신이다. 교회의 본질은 한국 교회가 그동안 성전이라 일컬을 정도로 소중히 여겨왔던 예배당도 아니요, 프로그램도 아니요, 성도의 교제(koinonia)도 아니다. 사역도 아니고 선교도 아니다. 이것들이 교회의 정체성을 이루는 소중한 요소지만, 교회의 기초와 토대와 중심은 교회의 설립자이고 주인이 되며 목적이 되는 하나님이시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자기 백성을 모으고, 그 백성을 이끌어 가며, 이 재앙적 상황에서도 자기 백성을 어떤 형태로든 살아있게 하시는 하나님 자신이다. 교회들이 스스로 갱신하려 할 때 사도행전적 전통이나 종교개혁 전통을 소중히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초대교회나 종교개혁 시대에 대한 관심은 당시의 보이는 교회(visible church)가 흠이 없는 이상적 공동체였기 때문이 아니다. 바로 이 두 시기가 교회의 본질이요, 주인이신 삼위일체 하나님을 가장 집요하게 추구하며 온전히 드러내려 몸부림쳤던 원형적 시기였기 때문이며, 그에 상응하여 하나님 자신의 현존(presence)이 온전히 드러난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에도 이 근본 되신 하나님을 신실하게 예배하고, 하나님의 말씀이 역동적으로 선포되며, 하나님이 각 심령에 깊이 들어오는 통로인 예배가 살아있는 공동체에서는 그것이 영상이든 줌(Zoom)이든 그 무엇이건 간에 여전히 성도의 가슴에 은혜의 역사는 일어나며, 신앙의 삶을 영위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성장해 간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 전대미문의 전염병이 교회의 주요 사역과 그동안 본질처럼 여겨왔던 기능들을 중단시켰지만 하나님의 백성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잃어버린 하나님을 되찾게 해주는 목회돌봄
만일 필자의 경험이 개인의 특수한 경험이 아니고 충분히 일반화가 가능한 경험이라면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코로나 시대 목회돌봄의 관건은 교회의 근본이 되고, 교회의 본질이 되시는 하나님 그분을 성도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 있다는 것을 뜻한다. 사실, 하나님 백성이 교회의 삶을 통해 하나님을 만나 교제하고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도록 섬기는 일은 코로나 이전이나 코로나 시대나 목회돌봄에서 동일한 핵심과제이다. 하지만 코로나 이전의 목회돌봄은 하나님 자신을 만나도록 도와주는 목회돌봄과는 직접 관계없어 보이는 활동들이 교회 안에 중요한 내용으로 자리 잡았었다. 교회내의 다양한 스포츠 활동, 취미 활동, 외국어 교습반, 학술건강 강좌 등의 다양한 일반 동아리 활동이 교제와 사귐을 위한 장을 마련한다는 이름으로 현대 교회의 중심에 자리 잡았다. 이런 일련의 활동들은 다양한 활동(activity)을 통해 교회의 활력을 이어가려는 시도였다. 그리고 이런 활동을 통해 교회는 실제로 활성화되는 듯했다. 하지만 코로나가 터지자 그동안 이런 프로그램과 활동으로 역동성을 불어넣으려 했던 교회들의 활력은 급격히 위축되기 시작했다. 동력의 원천이 멈춰졌기 때문이다. 반대로 예배, 기도, 말씀, 양육과 훈련 등 교회의 핵심적 가치에 많은 무게중심을 두고 에너지를 쏟아왔던 교회들은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잘 견뎌내고 있다. 이는 코로나 시대의 목회돌봄에서 중심적인 돌봄의 방향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그것은 보다 본질적인 사역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역에 담겨야 하는 내용은 교회의 근본이요, 본질이 되시는 하나님 자신을 경험하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이는 선교적 목회뿐만 아니라 영성적 목회가 중요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2) 이것은 현대 교회가 급격하게 잃어버려 갔던 하나님 자신을 교회가 다시 만나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1) 이 원고는 2021년 <목회상담학회&목회상담협회> 춘계학술발표회에서 주제발표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총 3회로 나눠 게재할 예정입니다.
2) 그동안 개신교의 핵심교리인 ‘이신칭의’는 다분히 주지주의(主知主義)적 신앙을 강화시켜 왔다. 한국 교회에서 성행하고 있던 구원에 대한 이성적 동의와 정서적 확신의 강조는 신앙이 주로 지성의 영역에서 구성되어 왔음을 나타낸다. 다분히 모더니즘적 진리관이 반영된 접근이다. 반면에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는 진리를 지적으로 수용할 뿐 아니라 경험하고 싶어 한다. 경험하지 않은 진리에 대한 헌신도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는 현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구원을 확신할 뿐만 아니라 경험하길 원한다. 하나님과의 만남, 교제, 사귐 등의 경험은 신비적 체험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그것은 인격이신 진리 자체를 경험하여 삶의 지평이 완전히 새로워지는 것을 뜻한다

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