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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교회의 거룩성과 공공성 (1) - 교회의 거룩성? 교회의 공공성 안에 있다 -
작성자 관리자(jjhjjh) 등록일자 2022-04-03 오전 9:24:10
조회 1181

교회의 거룩성과 공공성 (1)
- 교회의 거룩성? 교회의 공공성 안에 있다 -

들어가는 말
한국 사회 안에서 특정 대형교회의 세습문제나 코로나에 대한 미흡한 대처 등으로 그렇지 않아도 하락하던 한국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가 급락했다는 조사들이 지난 3년간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특정 종교의 사회적 신뢰도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미래의 선교역량을 나타내는 지표가 된다는 면에서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 교회는 전반적으로 이를 자성의 계기로 삼기보다는 신뢰도의 추락이 뭔가 사회적 정치적 음모와 연결되어 있을 것으로 추측하면서 그 의미를 애써 축소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교회의 거룩성은 교회 스스로 있는 것이지 사회나 세상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교회에는 교회 자신의 고유한 길이 있다.” 맞는 말이기도 하고 또한 맞지 않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성도들은 혼란스러워 합니다.

이런 문제의식 하에서 우리는 교회와 사회가 어떤 연관성을 가져야 하는지, 교회의 거룩성과 공공성은 어떤 특성을 갖는 것인지를 두 차례의 연재를 통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이를 통해 교회가 교회됨의 독특한 성격과, 교회가 자기 정체성을 건강하게 유지하며 세상에 어떻게 접근해가야 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교회의 공공성
교회의 공공성이란 무엇일까요? 교회의 공공성은 복음의 공공성에 기반합니다. 복음은 자기 스스로를 위해 존재하지 않고 세상을 향한 선물(gift)로 존재합니다. 이 복음의 열매로서의 교회도 세상을 섬기신 예수 그리스도의 본을 따라 교회 자신을 위한 존재가 아니라 타자와 세상을 위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는 흔히 교회의 사회적 윤리적 책임을 의미합니다. 우리 통합교단의 신학적 입장이라 할 수 있는 복음주의적 에큐메니컬 신학(evangelical ecumenical theology)으로는 현대 사회의 보편적 가치인 정의, 평화, 창조세계의 보전(JPIC) 그리고 생명에 대한 책임이 이 범주에 들어갑니다. 여기서 다시정의는 빈곤을 퇴치하고 빈부격차를 해소하며 남녀, 인종, 민족 등에서 야기되는 다양한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교회의 거룩성
한편 거룩성은 히브리어로 카다드(kadad), 헬라어로 하기오스(hagios)라 하여 ‘세속적이거나 순수하지 못한 것으로부터의 단절, 분리, 구분’을 뜻합니다. 기독교의 거룩성은 두 가지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첫째, 거룩은 교회가 가진 어떤 고유한 속성, 특질, 형질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거룩은 정적(static) 개념이 아니라 동적(dynamic) 개념입니다. 기독교에서 거룩은 불순물 없는 100% 순수함이 아니라 항상 ‘죄악 속에서의 거룩’입니다. 즉 죄악 속에서 점점 거룩해져 가는 것을 뜻합니다. 그래서 동적입니다! 둘째, 이 거룩은 인간 자신의 행동의 결실이라기보다는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지는 은총의 다른 표현입니다. “내가 이만큼 거룩한 노력을 하여 이제 나는 이만큼 거룩해졌다”가 아닙니다. 이러한 자의식은 오히려 그가 거룩하기보다 교만해졌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기독교의 거룩(kadad)은 하나님의 은총으로 주어집니다. 그렇기에 기독교에서의 거룩성은 하나님 자신의 속성과 일하심(work)과 연결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기독교의 거룩은 다른 종교와 달리 인간의 행위가 아니라 거룩하게 만드시는 하나님의 의지와 말씀에 따르는 것이며, 그 거룩의 내용은 하나님 자신의 속성에 의해 결정됩니다. 보통 거룩성은 다분히 레위기 신학에 의거해 제의적 측면에서 이해되지만, 보다 통전적 의미에서의 거룩성은 하나님 자신의 속성이 구현된 하나님 백성 공동체의 성장과 성숙을 말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 안에 있는 거룩성
이것이 맞다면 기독교의 거룩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믿는 삼위 하나님의 속성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성경에서 성부 하나님은 객과 고아와 과부와 가난한 자를 살피시는 분입니다. 하나님 여호와는 “고아와 과부를 위하여 정의를 행하시며 나그네를 사랑하여 그에게 떡과 옷을 주시나니” (신 10:18)라고 말씀했습니다. 초대교회 교부 이레니우스는 하나님은 ‘사랑과 정의’라는 양팔로 세상을 경륜하신다고 보았습니다. 둘째, 성자 예수님도 이 성부 하나님의 속성을 따라 사역하셨습니다. 공생애 때에 그분은 죄인과 세리와 여자와 어린아이 그리고 가난한 자들과 함께 하셨습니다. 셋째, 성령 하나님의 사역은 예수께서 이사야서를 재인용하셔서 성령이 이 땅에 오셨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며, 또한 일어나야 하는지를 보여주신 말씀에서 잘 드러납니다.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 된 자에게 자유를, 눈 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롭게 하고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게 하려 하심이라 하였더라” (눅 4:18~19).

결 : 공공성 안에 있는 거룩성
이상을 통해 우리는 삼위 하나님의 속성과 사역 안에 공통된 특징이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기독교가 신앙고백으로 믿는 삼위 하나님은 총과 칼이 아니라 사랑과 공의로 세상을 다스리시며, 가난한 자들과 소외된 자들 그리고 약자들을 살피시고 돌보시는 분입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이 하나님에 대한 신앙고백에서 나오는 것이어야 합니다. 정의, 평화, 생명, 사회적 약자의 배려, 환대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것을 추구하는 것이 곧 거룩입니다! 삼위 하나님의 거룩성이 바로 이 가치들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가치들은 곧 사회가 추구하는 공공선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기독교적 거룩성과 공공성이 만나는 접점이 형성됩니다.
다시 말해 기독교의 진정한 거룩성은 공공성, 즉 공적 책임 안에서의 거룩성이요 공공성으로 표현되는 거룩성인 것입니다.1) 이는 거룩성이 표면적으로는 기독교 공동체의 고유하고 신비한 정체성(identity)을 나타내는 것 같지만, 내용을 들어가 보면 사회에의 공적헌신을 포함한 상관성(relevance)을 향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공공성은 가난한 자들을 돌보고 사랑으로 세상을 대하는 것이며, 죄의 권세가 뿌려 놓은 다양한 종류의 문화적 사회적 불공정과 눌림에서 사람들을 자유롭게 해주는 사역과 연결되어 있고, 초대교회 성도들의 삶의 방향과 그 궤적을 같이 합니다. (다음 호에 계속)

 


1) 김명룡은 사 58:6-12 (나의 기뻐하는 금식..), 눅 10:25-37(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 약 1:27 (정결하고 더러움이 없는 경건)의 해설을 통해 금식, 영생, 경건이라는 성서 안의 가장 거룩한 단어가 사실은 교회의 공공성 내지 교회의 사회적 책임과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김명룡 『열린신학 바른 교회론』, 장신대출판부(1996) 85-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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