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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큐메니컬 복음주의 이야기 ①
작금의 한국 교회가 위기와 쇠락의 길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은 그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사람이 질병에 걸리듯이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라는 유기체도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이는 중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고 있다. 마치 온몸에 퍼져나가는 암세포로 인해 미처 손을 쓸 겨를도 없는 환자처럼, 한국 교회 역시 활력이 다 빠져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모든 질병에는 원인이 있다. 교회의 위기와 쇠락에도 원인이 있다. 그렇다면 병증을 객관적·과학적·합리적으로 진단하고 원인을 찾아내어 적절한 처방을 내린 뒤에, 필요하다면 수술까지 감행하는 것이 병을 고치는 순서일 것이다. 한국 교회가 걸린 중병도 마찬가지다. 하나님께서 살아계시므로 고칠 수 없는 교회의 병은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 경로를 밟지 못했다. 필자가 신학교에 입학했던 1990년대 중반에도 이미 한국 교회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었고 그로부터 30여 년이 흘렀다. 그 사이 원인에 대한 진단은 무성했고 처방도 다양했다. 그러나 결과는 어땠는가? 한국 교회는 회복은커녕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이쯤 되면 물어야 한다. 우리가 질병에 접근하는 방식에 무엇이 문제였는가?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가?
잘못된 진단, 그 치명적 결과
결론부터 말하면 병의 진단이 전혀 객관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았다.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보며 진단을 내릴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선입견을 갖지 않는 것이다. ‘이런 병일 것이다’고 미리 확진하면 정확한 진단은 불가능하다. 이전 경험을 무조건 지금 환자에게 적용하는 것도 위험하다. 모든 병은 환자마다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한국 교회 안에도 다음과 같은 오류가 만연하다.
1. 교리 맹신주의–교회위기의 원인을 진리의 이름으로 포장한 특정 교리를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교리는 복음을 담는 것이지 복음 자체가 아닌데 교리를 복음보다 맹신하는 것이다.
2. 병적인 순혈주의 신앙(blood purity doctrine)으로 인한 분열 - 조금만 내가 신봉하는 교리와 입장이 다르면 상대를 이단 사이비로 정죄하고 혐오하여 분열한다. 한국 장로교의 분열이 이를 방증한다. 2025년 현재 한국 장로교만 해도 교파가 286개가 넘는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3. 신앙의 신념화 - 보수는 반공주의라는 정치이념, 진보는 평화와 사회정의라는 인륜적 가치에 대한 헌신을 곧 신앙이라 착각한다. 이념과 신념과 신앙을 혼동하는 것이다. 그래서 보수는 반공주의를 종교처럼 추종하고, 진보는 평화·사회정의라는 성경적 가치를 인위적/선택적으로 적용하거나 전체 복음보다 특정 이슈에 치우쳐 차용한다.
4. 신앙의 정치권력화 – 이는 보수적 기독교인 안에 특히 두드러지는데 반공주의를 종교적 신념처럼 신봉하고 같은 흐름에 있는 정치지도자나 정파와 밀착하여 그렇지 않아 보이는 그룹이나 사람들을 정죄하고 심지어 악마화한다. 교회 지도자들이 특정 권력을 위해 기도하고 대중을 선도하여 신앙과 권력이 유착관계를 갖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리고 이를 나라를 위한 것이라고 미화하기까지 한다.
5. 성속(聖俗)의 이원화 –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사회의 세속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역사와 사회의 발전 방향과 결별하고 교회 중심의 신앙을 고수하는 것이 곧 거룩의 길이라 주장한다. 그래서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실현하라는 주님의 명령을 오히려 저버린다.
6. 영성의 왜곡 – 배제와 혐오, 증오를 실천하면서 그것을 ‘그리스도의 군사’의 영성이라 믿는다. 우리의 장수이신 그리스도의 참된 군사는 주님의 사랑, 화해, 평안, 자비로 무장해야 하는데 말이다.
7. 성경 해석의 경직성 – 성경무오설을 문자적 축자영감설로만 주장하여 이성과 상식에 맞지 않는 경우가 나타나 결과적으로 성경에 대한 권위를 잃게 만든다.
이렇게 함으로써 오는 해악은 위의 주장을 폄으로써 갖는 유익을 훨씬 압도한다. 오진으로 인해 감기약으로 폐렴을 치료하려는 것처럼, 병을 고치기는커녕 더 악화시키는 것이다. 그 해악으로 결국 교회가 스스로 사회와 담을 쌓게 되고 선교의 길도 막는다. 무엇보다 성도가 하나님을 잃어버리고 방황하게 만든다. 그러면서 우리는 ‘위기’를 외친다. 정작 위기를 만든 것은 잘못된 진단을 옳다고 믿은 우리 자신인데 말이다.
앞으로의 여정—에큐메니컬 복음주의를 향하여
이 시리즈를 통해서 (1) 한국 교회 위기의 주된 원인 중의 하나인 근본주의 신앙의 해악을 들여다 보면서 진단해 보려고 한다. 자유주의의 문제점도 있으나 현대교회에서는 미미하기에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많이 언급하지 않을 것이다. (2) 이에 대비하여 성경과 교회 역사 속에서 검증된, ‘온전한 복음(whole gospel)’ 혹은 ‘온전한 복음주의(whole evangelism)’가 무엇인지 탐구하려 한다. 그래서 바르고 복음적이며 성경적인 신앙이 무엇인지 분별할 수 있는 안목을 주고자 한다. 이 길은 단순히 신앙적 보수와 진보의 중간 지점을 찾는 타협이 아니다. 그것은 성경의 바른 권위에 입각한 성육신의 복음이 요구하는 교리와 실천, 내면의 영성과 사회적 책임, 개인구원과 사회적 구원, 영과 육과 혼의 통합적 구원이 조화를 이루는 전인적 회복의 길이다.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께는 고칠 수 없는 질병이 없다. 한국 교회가 걸린 중병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관건은 우리가 정말 무엇이 문제였는지 성찰하고 하나님의 메스에 우리 자신을 겸손히 맡길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는 과연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스스로를 그 수술대 위에 올릴 준비가 되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