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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새문안 청년 작가 공모 기획 전시 - 이승호 작가 * 일시 : 2025. 10. 11 (토) ~ 11. 4 (화) * 장르 : 회화 * 장소 : 새문안아트갤러리
<몽실 살랑 안식>
<몽실 살랑 안식>은 현대인의 내면을 은유적으로 드러내는 기린의 형상을 통해, 피로와 유약함 그리고 그 너머의 위로를 이야기한다. 작가에게 기린은 단순한 동물적 상징을 넘어선다. 그것은 자화상이자 분열된 자아의 은유이며, 동시에 사회적 타자의 시선과 개인적 무력감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작품 속 기린은 두 가지 상반된 자세로 제시된다. 곧게 서 있는 ‘올곧은 기린’은 사회적 규범과 타인의 기준을 내면화한 자아의 형상이다. 반대로 축 늘어진 ‘누운 기린’은 끝내 버티지 못하고 주저앉은 개인의 내밀한 초상이다. 이 둘의 병치는 오늘날 개인이 경험하는 불균형한 자아 상태, 즉 사회적 강요와 내적 소진 사이에서 갈등하는 현대인의 초상을 드러낸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대비가 교훈적이거나 비극적으로 제시되지 않고, 오히려 해학적이고 담담한 어조 속에서 표현된다는 것이다. 작가가 선택한 기린의 이미지에는 문화적 이중성이 스며 있다. 일본과 한국이라는 서로 다른 문화적 토양에서 체득한 감각은, 기린을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경계적 존재로 만든다. 그것은 두 세계를 연결하는 다리로서의 가능성을 담고 있으며, 긴 목은 인간의 욕망과 상승 지향의 은유처럼 보이면서도 작품 속에서는 오히려 늘어져 무기력하게 드리워진다. 이 긴장과 이탈이야말로 작가가 포착한 현대인의 실존적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전시에 등장하는 몽실한 구름과 살랑이는 나뭇잎은, 이러한 아이러니 속에서 한 조각의 위로를 건넨다. 그것들은 거대하거나 장엄한 상징이 아니라, 삶의 곁에 스며든 미세한 위안의 감각이다. 기린은 바로 그 속에 누워, 말을 대신하는 매개체로 관객에게 다가간다. 관객은 기린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쉼’의 상태에 접속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작품은 풍경을 넘어 안식의 장소로 변모한다. <몽실 살랑 안식>은 결국 단순한 이미지의 나열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건네는 조용한 제안이다. 사회의 무게에 눌린 개인이 잠시 몸을 내려놓을 수 있는 상상적 풍경, 그리고 그 속에서 다시 희망을 발견하는 가능성. 전시가 남기는 울림은 그 은근하고 미묘한 지점에서 시작된다.
방 밖의 기린 serise - freedom and drift 가을행(行) / Acrylic on canvas / 146 x 112cm / 2024
방 밖의 기린 serise - freedom and drift 스며들 때 / Acrylic on canvas / 73 x 73cm / 2024
방 밖의 기린 serise - freedom and drift 웅크린 여름 / Acrylic on canvas / 146 x 112cm / 2024